본문 바로가기

중국플랫폼의 행동방식

알리바바 그리고 플랫폼

우리에게 알리바바라는 기업은 1111일 광군제라는 행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벤트를 잘하다 보니 그 이벤트가 그 회사를 알리는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019년에도 알리바바는 타오바오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111124시간동안 44조원라는 거래액을 만들어 낸 것이다. 44조원이라는 숫자는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의 2019년 거래량이 대략 유사한 수치이다. 하루만에 한국의 일년 치 거래량이 만들어진 것이다. 총 주문 숫자는 12.92억개로 13억개에 육박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숫자에 집중하는 동안 진정으로 알아야 할 알리바바의 성장을 놓치고 있다. 알리바바는 과거 일주일 이상 걸리던 이 광군제의 물류를 이제는 하루만에 모두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하루에 44조원이라는 거래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배송까지 완료하는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위 그림을 보면 알리바바가 광군제에서 1억개의 오더를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20139일에서 20190.3 8시간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가 경이적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는 이 부분에 주목해 본다.

 

알리바바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오픈마켓 주문을 해결할 수 있을까?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진동닷컴은 자체 물류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차익일배송이나 24시간 배송을 해내고 있다. 모든 상품을 자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자체 운송시스템을 활용하여 배송하는 것이다. 즉 물류의 모든 것들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모든 상품은 판매자의 손에서 출발해서 고객의 손에 배송되기에 아마존의 경우와는 달리 단기간에 배송을 완료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리바바는 이 과정을 그것도 하루에 13억개의 주문이 발생하는 날 1억개를 8시간 만에 해결해 낸 것이다. 이 과정에는 오픈마켓이라는 상거래 플랫폼의 핵심 도구로서 또 다른 플랫폼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차이냐오(菜鸟)”라는 알리바바의 배송정보 시스템이다.

 

 

오픈마켓과 아마존간의 물류에서의 차이점은 물류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에 있다. 아마존 대부분의 주문은 자체 창고(Fulfillment Center)와 강력한 제휴를 통한 배송망을 기반으로 아마존의 전적인 책임하에 물류가 이루어진다. 반면에 오픈마켓의 물류는 판매자의 책임 하에 다양한 물류기업에 의해 자유롭게 이뤄진다. 따라서 오픈마켓의 물류 품질은 아마존의 수준을 따라갈 수는 없다. 진동의 아마존식의 책임물류시스템의 등장은 타오바오에게는 명확한 위협이었다. 이미 시장의 대다수를 장악하고 많은 경우 하루에 최대 12억개(물론 1111일의 경우)의 배송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물류를 타오바오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타오바오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이 차이냐오라는 플랫폼 방식의 물류시스템이었다. 여기서 플랫폼 방식이라는 것은 물류를 자체 서비스가 아닌 중국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류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 즉 물류 플랫폼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차이냐오는 정보시스템을 통해서 판매자와 물류회사를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양면시장의 한 축은 물류회사들이고 또 한 축은 판매상들인 물류 정보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타오바오에서 주문이 접수되면 차이냐오의 시스템은 누가 어떤 경로로 배송을 하는 것이 최적인지를 계산해서 파트너 물류사에게 업무지시를 내린다. 차이냐오는 모든 파트너사들의 물류 네트워크 정보를 갖고 있기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배정이 가능해진다. 현재 차이냐오와 계약된 물류회사는 중국 전체에 4천여개이고 이들은 차이냐오 물류시스템에 의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소형 판매상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은 판매상이 하지만 배송을 위한 라벨은 시스템에 연결된 프린터에서 자동으로 출력된다. 라벨이 부착된 상품은 차이냐오에 의해 지정된 배송회사에 의해 픽업되어 고객에게 배송된다. 판매상들은 배송에 대한 고민을 차이냐오에 맡기면 된다.

 

즉 알리바바는 중국에 존재하는 모든 물류회사들을 차이냐오에 동참하게 함으로 이들의 물류능력을 알리바바의 물류능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진정으로 플랫폼을 가장 잘 활용한 모습이라 하겠다. 알리바바의 물동량은 중국 전체 소화물 물류의 50% 수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물류시스템이 바로 알리바바의 물류시스템이라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중국에서 초보 또는 능력이 평균 하인 사람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마윈이 물류시스템의 이름을 차이냐오로 지은 이유는 인터넷혁신은 계속 발전하기에 우리가 초보라는 마음으로 여전히 혁신과 학습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플랫폼이라는 개방적 개념위에 겸손이라는 수용성을 올려 놓은 것이다.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해보면 많은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조형물들의 일관된 이미지는 과거의 작았던 나를 잊지말자에 있다. 차이냐오는 자신이 가진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중국의 물류역량을 키워 나가는 알리바바의 작은 시스템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