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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생각법

플랫폼의 정석, 구글의 검색

플랫폼이라는 단어에 가장 정석을 보여주는 기업의 영역을 찾는다면 구글의 검색을 들 수 있다. 구글은 지식이라는 영역에서 완벽에 가깝게 양면시장을 만족시키는 틀을 만들었다. 이제 구글을 통해서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공유할 수 있고 또 누구나 구글의 검색바에 검색어를 입력함으로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설계되었는가를 이해하면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플랫폼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구글의 검색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누군가가 구글의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은 이미 만들어 둔 검색어 색인을 뒤져서 색인의 최상단에 위치한 인터넷 페이지를 검색결과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경우 이 과정은 0,1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구글은 수천만개의 검색결과를 찾아내고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랭크값)를 받은 페이지를 첫 화면에 표시한다. 이 점수를 계산하는 ‘페이지랭크”라는 알고리즘이 바로 검색엔진의 핵심이다.

 

구글은 매 순간 앞에서 언급한 검색어 색인을 만든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의 시작”이라는 검색어가 있다면 이 주제에 대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모든 페이지 혹은 문서를 검토하여 모든 문서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즉 모든 문서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는 단어에 대해 점수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구글에 입력하는 모든 단어에 동일한 방식으로 검색어 색인이 만들어져 있다. 구글은 그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줄 따름이다. 즉 구글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에 대해 나름의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만들고 이에 따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페이지랭크라는 알고리즘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수많은 알고리즘의 결합으로 보다 정교해지고 복잡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근간은 페이지랭크가 자리잡고 있다. 페이지랭크는 일종의 참조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이다. 모든 인터넷 상의 페이지들은 서로를 참조한다. 물론 어떤 참조도 없이 쓰여진 글도 있지만 많은 글들이 특정 영역에서 대표성을 가진 글들을 참조함으로 글을 완성한다.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하려면 미국의 우주항공국인 NASA의 통계를 활용하는 것과 같다. 페이지랭크는 이러한 지식에서의 다수의 지지를 점수로 환산해 낸 결과이다. 즉 보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참조를 받는 지식은 보다 높은 페이지랭크 점수를 받게 되고 그 결과 검색결과 최 상단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페이지랭크를 통한 구글의 검색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네이버의 검색과 현실적인 모습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네이버는 다양한 방식으로 검색결과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모양새로 검색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구글처럼 일관된 원칙이 아닌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만든 원칙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글이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90%를 넘어서는 사용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지식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에 기반한다. 지식이라는 영역은 서비스로 제공되기 보다는 명확한 원칙에 따라 판정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구글은 완벽한 플랫폼의 구조를 갖추었다. 모든 지식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지식인들이 만들어 낸다. 구글은 단지 그 지식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원칙에 의해 점수를 주고 관리할 뿐이다. 지식을 찾는 소비자와 지식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구글의 검색인 것이다.

 

이렇게 성립된 지식 플랫폼은 구글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로운 기업의 하나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이라는 영역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구글은 2018년 150조원이라는 광고 매출을 만들었고 이중 60%에 달하는 90조원을 지식을 만들어 낸 지식인에게 제공했다. 구글의 검색을 통해 지식이라는 생태계는 그 어느때보다 풍요로운 세상이 된 것이다.

 

 “애드센스(Ad Sense)”라는 인터넷 페이지에 광고창을 만드는 툴과 이 광고창에 적절한 광고를 올리는 “애드워즈(Ad Words)”라는 두 개의 도구는 구글의 검색 플랫폼을 자연스럽게 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 인터넷 상에서 광고를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구글에게 광고를 의뢰하고 구글이 판단하기에 가장 적합한 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구글의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기에 모두가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구글의 검색 플랫폼이 만들어 낸 발전은 단순히 지식 생태계에 자양분(돈)을 제공한데 그치지 않았다. 지식을 진정한 의미에서 개방시킨 것이다. 이제 지식은 누구나 의지와 시간만 있다면 가질 수 있는 공유의 자산이 되었고 더 이상 도서관이나 책 속에 숨겨져 있거나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 지식이라는 영역에서의 개방과 공유는 지구상의 수많은 영역에서 크고 작은 발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프리카 농부가 감자위에 흙을 뿌림으로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보다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구글의 검색 플랫폼이 만들어 낸 발전인 것이다.

 

지식이라는 생태계에서 구글은 지식의 생산자와 공급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도구와 원칙을 통해 가장 모범적이면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플랫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구글에 이어서 다음에는 페이스북이 미디어 영역에서 플랫폼을 어떻게 바꾸었느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