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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생각법

페이스북과 언론

조선일보를 언론사가 아닌 하나의 비즈니스로 바라본다면 과거 100년간 조선일보가 축적해 온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전파력(신문 판매부수)의 확보이고 또 하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기사, 사설)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선일보가 하는 이야기는 신뢰할만하다라는 이미지를 주는 브랜드일 듯 하다. 그 축적된 힘이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 즉 언론이 몰락해가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언론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은 TV가 나오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라는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그 속도는 빨라졌고 그 운명도 분명해졌다. 문제는 그 몰락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십과 이슈 영상에 집중하면서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변의 뉴스에는 냉담하다는 현실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정치에 중립적이던 과거의 미디어의 역할은 이제 열심히 둘러봐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조선일보가 100년 동안 축적해 온 3가지를 아주 체계적으로 의미없게 만든다. 먼저 판매부수로 상징되는 전파력은 모든 미디어 혹은 컨텐트 제작자에세 24억명이라는 독자를 무료로 제공하므로써 의미없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제작에 참여하면서 "기자"라는 직업의 권력을 거의 완전히 몰락시켰다.(현재 기자를 자신의 꿈으로 이야기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제 조선일보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자산은 "조선일보"라는 브랜드밖에 없고 그 마저도 이제 점점 의미가 없어져 간다. 물론 페이스북이 일반화된 미국의 일이고 아직 한국에서 조선일보의 힘은 충분히 넘쳐난다.  하지만 그 힘은 언론이라는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미디어의 힘이 아니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현실적으로 많은 신문, 방송의 몰락을 가져왔다. 심지어 신문 미디어의 비영리법인화 법제화가 시도되고 있을 수준이다(세금으로 운영하자는 뜻이다). 이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는 산발적이지만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많은 신문사들, 특히 지방신문사들이 도산하여 그 숫자가 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저널리스트라는 언론인의 절대수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최근 페이스북의 저널리즘 프로젝트 관련 영상을 보면 과거 10년간 저널리스트의 숫자는 47% 감소했음을 이야기한다. 즉 뉴스를 글로 쓰는 사람의 숫자가 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Free"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저널리즘의 근간인 뉴스 작가라는 직업을 소멸시키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화 혹은 미디어의 몰락을 막아내기 위해 페이스북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저널리즘 프로젝트"이다첨부된 영상은 페이스북의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대해 Mark Zuckerberg와 News Corp.’s 사장인 Robert Thomson간에 이뤄진 대담 내용으로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과 전통 미디어가 어떻게 함께 뉴스 미디어를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대화 그 자체 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영상이니 한번 보시기 바란다. (파일이 500메가가 넘어가서 첨부가 불가능하니 링크를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fZsEVEPJmm8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대화 내용은 마크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사용자들이 가능한 오랫동안 페이스북에머물게 만들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의미있는 사람들간의 교류(Interaction)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도 페이스북은 지향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비교하여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미디어 이야기로 돌아가서 결국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언론이라는 산업을 거의 붕괴시키고 있는데 그 방향은 두가지 이다. 첫째는 미디어 컨텐트가 광고를 지향함에 따라 갈 수록 뉴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터넷의 글로벌 특성으로 인해 로컬 혹은 커뮤니티 미디어가 죽어간다는 점이다.

첫번째 이슈는 한국에서도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점이니 특별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이다. 가짜뉴스까지 안가더라도 뉴스가 지향하는 바가 페이지뷰에 집중하다보니 뉴스의 품질보다는 선정적인 제목 그리고 부실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번째 로컬, 혹은 커뮤니티 컨텐트의 이슈는 동네뉴스의 이야기이다. 즉 모든 동네뉴스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뉴스는 동일하게 관심을 가지니 로컬 동네 뉴스는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 낸 주체로서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페이스북은 "Facebook Journalism Project"를 2017년부터 시작했고 뉴스의 부활을 위해 3억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발표했다.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3가지 인데, 첫째는 커뮤니티 뉴스의 부활, 두번째는 저널리즘 인력의 양성, 그리고 마지막은 파트너쉽을 통한 고품질 뉴스의 생산이다. 

첫번째 커뮤니티 뉴스의 부활은 망가져 버린 커뮤니티 미디어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장기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 미디어가 아닌 로컬 미디어에 중점을 둔 것으로 페이스북이 가진 따뜻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 즉 우리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리는 뉴스로서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저널리즘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에는 뉴스도 있지만 논평도 있다. 즉 사실에 근거해서 올바른 논지를 펼치는 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인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보다 많은 뉴스들이 올바른 저널리즘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번 참여해볼 생각이다.

세번째는 미디어 기업, 비영리 단체들과 협업하여 가짜뉴스와의 전쟁와 고품질의 뉴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두 가지로 나뉘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200개정도의 고품질 미디어와의 장기적인 협업을 통해 고품질 뉴스를 페이스북 생태계에 공급함으로 뉴스 생태계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규 미디어 진영과의 협업을 통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아직 한국에는 상륙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네이버나 카카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언론은 이제 아주 소수만이 신뢰하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언론에 소속된 구성원들도 아니고 인터넷 포털들도 아니다. 그냥 변화가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라는 역할은 민주주의 사회의 상징물이다. 믿을 만한 뉴스와 논평이 없고 그저 진영논리만 있는 미디어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수준과 품위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누군가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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