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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생각법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싸이월드와 같은 SNS이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나의 관계를 온라인 즉 사이버 세상으로 옮겨가 보다 편리하게 관리하는 서비스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이다. 이 페이스북이 미디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싸이월드는 해내지 못한 이 변화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완전히 바꿔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미디어 방식은 단선적이었다. 누군가가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면 대중들은 그 뉴스를 소비했다. 미디어에게는 일종의 권력이 부여됐고 이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뉴스가 사실인지, 중립적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작은 미디어의 등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들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 사이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비록 조선일보나 JTBC와 같은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지만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24억명이라는 회원을 가진 SNS이자 이 작은 미디어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전파시키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라는 기능이 바로 그 역할의 핵심이다. 뉴스피드는 페이스북에서 매일 혹은 매 순간 나에게 적절하다 판단되는 뉴스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 뉴스는 나의 친구의 소식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요”를 누른 기업의 소식이기도 하다. 물론 페이스북에서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일종의 특종뉴스일 수도 있다. 이 뉴스피드라는 기능은 “엣지랭크”라는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24억명의 회원에게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엣지랭크”라는 알고리즘이 작동되는 방식은 구글의 “페이지랭크”와는 달리 관계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엣지랭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와 제공되는 컨텐트가 어떤 관계가 있느냐에 있다. 나의 친구가 좋아하거나 공유했으면 나에게도 중요한 컨텐트이고 내가 자주 방문하는 페이지가 새로이 작성한 뉴스이면 중요도가 올라간다. 물론 그 뉴스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공유했다면 반드시 나의 뉴스피드에 나타난다(피딩된다).

 

엣지랭크가 작동되는 방식에 있어 핵심은 “좋아요”와 “공유하기”이다. 어떤 뉴스가 나에게 피딩되었을때 내가 할 수 있는 행위인 두 가지는 나를 단순한 미디어의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로 변신시킨다. 이 뉴스를 모두가 보아야 한다고 생각되면 “공유하기”를 눌러 이 뉴스를 공급에 참여한다. 물론 소박하게 “좋아요”를 누름으로 가벼운 지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미디어라는 관점에서 플랫폼인 이유는 미디어의 소비자들에게 공급자의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존의 미디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뉴스를 전파시키려 노력한다. 페이스북에서 최대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이 자신의 뉴스를 좋아하고 공유해주기를 기대한다. 과거 편집국장이 가졌던 권력이 24억명에게 고르게 배분된 것이다. 미디어의 민주주의가 드디어 구현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엣지랭크라는 알고리즘의 조정을 제외하고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 미디어의 생산자와 소비자들간의 공정한 평가와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구와 원칙만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만들어 낸 미디어 민주주주의 플랫폼은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냈다. 첫째는 가짜뉴스라는 사악한 집단의 등장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에 존재했던 건강한 미디어들의 수익모델을 붕괴시킴으로 고품질의 뉴스를 만드는 진정한 저널리즘이 사리진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가 현재 페이스북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이다. 가짜뉴스와의 싸움 그리고 고품질 저널리즘의 재건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는 건강한 공유를 낳지만 동시에 미움과 차별 그리고 거짓말로 채워진 가짜뉴스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참여자들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가짜뉴스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녹하지 않다. 많은 가짜들이 말한 권리를 외치며 여전히 뉴스피드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엄청난 자원 투여를 통해 인공지능을 통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지만 미디어라는 세상에 주어진 개방이란 단어가 만들어낸 어두운 영역이 잘 통제되길 바랄 뿐이다.

 

또 한편에서 페이스북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저널리즘의 재건이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는 40%의 신문사가 폐간되었고 인터넷의 특성상 심각한 논평(사설) 탐사보도 보다는 가벼운 가십거리가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여러분도 언제 심각한 논설을 읽어 봤는지 기억해 보기 바란다. 페이스북은 고품질의 뉴스와 논평의 부활을 위해 기존 미디어들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벌어들이는 광고수입의 일부를 기존 미디어에게 제공함으로 고품질의 뉴스가 만들어지고 커뮤니티의 이야기들이 보다 많이 만들어지게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구글이 플랫폼의 정석을 만들어 냈다면 페이스북은 플랫폼에 있어서 “프로슈머”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플랫폼에 있어서 양면시장의 개념은 프로슈머라는 두 개 시장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참여자의 등장으로 한 단계 진화한다. 페이스북에서 편하게 올리는 내가 자주 가는 식당에 대한 글은 수많은 소비자들의 평가를 통해 고품질의 뉴스이자 정보가 될 수 있다. 물론 내가 누르는 “좋아요”와 “공유하기” 역시 나를 미디어의 생산자로 만드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미디어라는 영역은 개방과 공유라는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역시 책임과 참여가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열려진 공간인 만큼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깨끗하게 사용할 때 그 공간이 버려지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경제학에서 공유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모두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생각할 때 공유지인 공원은 더러워지고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으로 생각할 때 미디어 플랫폼은 정화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흐르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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