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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생각법

아마존이 해자를 파고 있다.

해자란 적의 접근, 진격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의 둘레 같은 곳에 땅을 파 놓고 을 채워 놓은 것을 말하며 .[1] 굴강(掘江),외호(外濠),성호(城濠)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영어로는 Moat라고 한다. 비슷하지만 물을 채워넣지 않고 구덩이만 파 놓은 것은 공호라고 불렀으며, 구덩이지만 적의 접근을 막는 용도가 아니라 그 안에 병사 무기가 들어가 있는 것은 참호라고 부른다.(출처: 나무위키)

 

아마존을 평가할 때 moat라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해외 사이트에서 아마존을 평가할 때 쓰는 표현이다. “moat” 혹은 “economic moat”의 의미는 해자라는 뜻으로 중세성을 둘러싸고 있고 물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본 듯한 이 해자가 아마존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 moat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대상은 Amazon Prime Membership이다.

아마존의 Prime Membership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멤버쉽 프로그램이 최근 일년간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먼저 99불이었던 연간 회비가 119불로 20불 상승했고 최근에 만들어진 가장 큰 변화는 아마존이 배송보장 시간을 과거 2일에서 1일로 단축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 지역적 한정이 있지만 이제 아마존은 “One Day Delivery”를 Prime Membership의 기본 서비스로 설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2017년 “Whole Food”의 인수와 더불어 강화된 Amazon Fresh라는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Prime Membership에 무료 포함된 것이다. Amazon Fresh는 과거 8,99불을 받던 별도의 가입형 서비스였는데 최근 무료로 Prime에 포함된 것이다. 

아마존은 이 두가지 Prime Membership 내용의 변화로 인해 3분기와 4분기에는 작년보다 훨씬 떨어진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배송시간을 줄이려면 보다 많은 Fulfillment Center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는 운영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손익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으로 극복될지는 미지수지만 오늘은 해자이야기에 집중해 보자

왜 이 아마존의 멤버쉽을 moat이라는 표현을 쓸까? 아마존이 eCommerce라는 성을 지은 것은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충분히 높은데 그 이유는 플랫폼이 갖는 기본적인 속성인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다. 고객이 많으면 판매자가 모여들고 판매자가 많아지면 많은 구색과 낮은 가격이 형성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아마존을 그 누구보다도 강한 eCommerce 회사로 만들어 준 것이다. 굳이 은유법으로 표현하자면 이는 아마존이라는 성의 높은 성벽이라 할 수 있다. 이 성곽을 공격하는 경쟁자의 입장에서 아마존의 높은 성벽은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 성곽 주변으로 해자를 파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로 공습을 한다면 모를까 부서지지 힘든 성벽으로 부족해서 해자를 파고 있는 이유는 아마존이 갖고 있는 반플랫폼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아마존은 2018년에 오픈마켓을 통해 58%의 판매를 이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아마존 자체 판매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비공식 통계이기는 하지만 2019년에 아마존의 오픈마켓 의존도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여전히 순수한 플랫폼이기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아마존이 생각하는 eCommerce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아마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에 근거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신념은 아마존 셀러의 80%가 아마존 이외의 다른 eCommerce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들고 있다. 즉 플랫폼 경쟁에 있어서의 중복선택을 아마존은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셀러들로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 혹은 공정한 플랫폼 운영자가 아닌 것이다. 아마존의 이 신념이 언제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해자, moat의 존재는 이 신념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아마존은 플랫폼 운영에 있어 시소를 언제나 소비자편에서 서서 관리한다. 즉 셀러와 고객이라는 양면시장에 있어서 아마존의 시소는 고객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물론 아마존은 고객집착(Customer Obsession) 이라는 경영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불균형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 불균형을 외부로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해자인 것이다. 

아마존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는 바로 다름아닌 아마존의 4.6억명의 고객들이고 그 중 핵심은 아마존 Prime Membership에 가입하고 있는 1.4억명의 고객이다.  오래된 통계지만 아마존 프라임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그 가치는 780불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프로그램을 다 사용한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제하에 아마존의 프라임을 살펴봐도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이다. 특히 신선식품 배달이라는 일상생활의 영역까지 아마존의 영향력이 넓혀진다면 더욱 그러하다. 

넷플릭스의 존재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라 예상되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별개 서비스로 가입해서 사용하면 한달에 8.99불이다. 프라임 멤버쉽이 월 12불이니 넷플릭스의 대체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선택한다면 나머지 3불이 배송에 대한 대가니 비합리적이다. 동일하게 음악을 듣는 경우도 Sportify Premium의 가격이 월 9.99불이다. 이 역시 비합리적이다. 트위치로 게임을 시청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트위치 프라임의 월 사용료는 10.99불이다. 문제는 One day delivery가 일상화되고 신선식품 배달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아마존의 해자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매주 한번 신선식품을 배달하고 한달에 한두번 아마존으로 상품을 구매한다 가정하면 한달에 12불이라는 비용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의 기본요금과 같이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해자가 커지는 것을 바라보는 경쟁자들의 반응을 보면 이 해자가 갖는 의미가 더욱 커진다. 월마트는 단순 배송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연간 98불의 가격으로 시작했고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타겟 역시 연간 99불에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해자에 빠진 고객이 많아지면 자신들의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해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해자가 커지면 커질 수록 아마존의 입지는 강해질 것이다. 

왠지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왠지 해자라는 단어가 자꾸 맴돌아서 써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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