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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에 대한 단상

구독이야기1 ... 고객과 영원한 관계 맺기

이승훈의 구독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디지털투데이에 연재를 시작합니다.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885&fbclid=IwAR3-oHwqTRSlE6eNvM7dRy-yU1M7kUYxpYVBudswM6ZNpcKKsqDjr4smc9M

 

신문이나 잡지에 붙던 구독이라는 말이 구독경제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란 단어를 만들어 낸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넷플릭스다. 한달에 만 원 정도의 돈을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어떤 이유로 구독경제의 모범이 되었을까?

 

넷플릭스는 나의 영상습관을 분석,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개개의 콘텐츠를 구매하던 시절보다 콘텐츠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의 소비량의 증대는 데이터의 질적 양적 증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영상을 추천할 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콘텐츠를 영상 리스트에 포함할지도 결정한다. 즉 지금 회원들이 선호할 만한 콘텐츠 조달하는 데 고객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객은 넷플릭스의 추천을 즐기고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콘텐츠 조달 비용을 절감한다. 고객이 자주 콘텐츠를 이용할수록 이 행위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고객과 사업자 모두 혜택을 누린다. 이 개념이 바로 구독경제의 핵심이다.

 

고객과 서비스 간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질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구독경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흔히 데이터 경제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데이터가 활용되는 방식이 소비자와의 잦은 접촉이라는 맥락에서 구독이라는 개념이 더 정감이 있다.

 

또 다른 구독경제의 모범사례인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멤버십형 구독을 살펴보자. 119달러만 내면 무료배송과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제공된다. 아마존 프라임의 핵심 서비스는 무료배송이고 이 배송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이 현재 구매하고 있는 상품이 무엇인가에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자는 일반고객대비 평균 구매액이 두배가 넘는다. 즉 아마존에서 보다 자주많은 구매를 한다. 무료 배송비가 가장 큰 혜택이고 멤버십 할인과 같은 이벤트도 큰 역할을 한다. 실제 구매결과는 가장 고품질의 데이터가 되고 아마존은 이 데이터를 사용해 상품을 기획한다. 보다 매력적이고 핫한 상품이 매대의 전면을 차지하게 되고 고객들은 아마존의 센스에 감동한다. 미국에서만 1억이 넘는 회원들의 구매행위는 일종의 시장조사의 역할을 하고 아마존의 쇼핑몰 운영은 점점 더 정확해진다. 고객과의 잦은 접촉이 만들어내고 있는 구독경제의 모습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독경제는 고객과의 관계가 보다 자주, 그리고 밀접하게 발생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의 경제를 의미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 빈도가 많지 않았고 또 그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없었기에 그 빛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구독했던 신문들은 우리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이제 구독을 통해 개인화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미 디지털 뉴욕타임즈 구독자가 40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제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됐을 것이고 그 데이터는 어떤 탐사보도가 필요한지, 어떤 주장이 필요한지를 뉴욕타임즈에게 알려줄 것이다.

 

구독경제의 성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규모 외에 고객과의 다양하고 잦은 접촉이다. 단순히 많은 고객은 재무상 가치만을 제공하지만 많은 영상을 보고, 많은 구매를 하고 많은 기사를 읽는 고객의 활동은 데이터란 새로운 자산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구독경제는 그동안 콘텐츠와 멤버십 영역에서 주로 활용돼 왔었다.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인프라의 발전과 함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의 클럽와우,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같은 멤버십은 이제는 반드시 갖춰야할 구독경제의 양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양식은 실물상품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수기 등의 가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코웨이는 기업가치가 2019년말 기준 6조를 넘어선다. 엘지전자의 기업가치가 1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이 차이를 좁혀준 것은 코웨이와 고객과의 관계이다. 엘지전자는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고객은 그 상품을 구매해주는 고마운 대상이지만 고객과의 관계는 판매가 완료되는 순간 소원해진다. 반면에 코웨이는 구매 시점부터 관계가 시작된다. 코디가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고 정수기 외에 다양한 상품의 판매가 시작된다. 한번 코웨이의 고객이 되면 고객은 관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업조직을 이용한 판매모델은 한국이 고유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 아줌마나 보험판매, 빨강펜 선생님 그리고 코웨이의 코디는 우리에게만 익숙한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이제 구독모델의 모범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 가치를 코웨이가 증명하고 있다. 이제 고객과의 접촉으로 만들어지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즉 구독모델은 실물상품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인 가구 확대로 소유보다는 대여라는 새로운 소비방식이 떠오르고 이에 맞춰 기업들은 렌탈이란 새로운 판매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초기 구입대금의 부담을 없애고 어떤 상품이던 월 몇 만원으로 누리려는 소비자와 높은 이자율과 판매증대라는 두가지 혜택을 즐기는 사업자들의 니즈가 함께 만든 시장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아직 구독시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렌탈에서 고객은 구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 영역에도 구독의 개념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즉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과 향유하는 가치가 같거나 오히려 더 큰 상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패스포트 프로그램은 그런 구독상품의 등장을 예고한다.

 

명품 자동차의 상징인 포르쉐는 미국에서 포르쉐 패스포트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달에 2,100달러만 내면 다양한 포르쉐를 바꿔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포르쉐를 구매한다면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포르쉐를 즐기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2,100달러란 가격은 제품의 원가와 이자율이 아닌 고객의 지불의사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어떤 종류와 색상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해 포르쉐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 정보는 2021년 포르쉐 설계에 반영될 것이다.

 

구독경제는 과거 순간이었던 고객관의 관계를 영원한 접촉으로 바꿔 나가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콘텐츠 영역에는 이미 일반화되었듯이 제조업에도 이 바람은 천천히 불어올 것이다. 단지 얼마나 빨리 올 것인가는 기업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과거에 갖고 있던 판매라는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와야 가능한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