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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에 대한 단상

가전렌탈을 해부해보자

이전 글에서 상품구독의 초기 모델로서 렌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제조사들의 서비스 사업자로의 변화이다. 즉, 렌탈 혹은 구독은 제조사들의 변화 툴로 이해해야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제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고객과도 괴리되어 있고 성장률 둔화로 소비 진작에는 한계가 있고 공유의 개념도 이제 일반적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고객 데이터는 경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대부분 유통사들에게 넘어가 있다. 그래서 구독은 제조사들의 마지막 도구이자 변화의 방향인 것이다.

하지만 구독을 선택하게 되면 기존의 가치사슬을 잊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구독을 시도한다는 것은 기존의 판매조직, 현대캐피탈의 렌탈 시스템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기존의 판매방식에서 판매조직은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구독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면 그들의 역할은 구독을 판매하는 역할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품이니 이들의 역량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나 변화에 맞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현대캐피탈의 역할이다. 구독이 현실화되면 이들의 역할은 사라진다.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모델은 영업비용, 이자비용을 모두 구독비용에 포함시켜 관리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구독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고 오늘은 LG전자로 대표되는 가전 제조사들의 상품렌탈, 혹은 구독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먼저 LG는 렌탈 사업을 2018년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2018년도 초에 인력을 보강하면서 본격적인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전자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차대조표에 이를 "해지불능운영리스계약"이라 표현하고 있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라는 관점에서 "해지불능"이라는 표현은 렌탈이 아직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독으로 자리잡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 정의는 필자의 정의에 기반한다. (이전 블로그 링크)

 

(7) 운용리스 약정 - 리스 제공자 
1) 보고기간말 현재 회사는 헬스케어렌탈사업과 관련하여 최종소비자에게 정수기 등을 임대 
하여 주는 해지불능운용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부동산 임대 관련 해지불능운용리스계 
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동 계약에 따른 미래 최소리스료 수취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모든 렌탈계약을 자산으로 규정하고 1년이하, 즉 2019년에 회수할 자산이 4천억 수준이라 표시하고 있다. 총 렌탈 액수는 1조원 수준이다. 2018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2,925억을 렌탈 수수료 매출로 적고 있고 2019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3,154억원이다. 자산회수=수수료 매출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회계적으로 어떻게 기장하는가 보다 운용리스를 설명하면서 "해지불능운용리스계약"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적으로 회사는 렌탈을 해지가 불가능한 계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재 LG전자의 렌탈사업은 리스크가 없는 할부판매 사업이다. 이제 이 렌탈사업이 구독 사업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변화를 통해 고객이 사랑하는 구독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최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의류건조기를 먼저 검토해보자. All New LG Trom 건조기 RH16WNR, 16킬로 모델의 렌탈가격은 56,900원이다. 건조기를 3년에 걸쳐 렌탈하려면 매월 56,900원을 내야한다. 36개월동안 이 금액을 납입하면 4년차부터는 잔존가치(잔여금의 10%)를 지불하고 인수하거나 31,900원을 내고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3년 후 해지나 중도해지에 대한 분석은 뒤로 미루고 일단 5년동안 구매자가 지불한 금액을 모두 더해보면 291만원이 나온다. 소비자가 1,89만원인 건조기를 5년에 나눠낸 월이자율은 1.9%이고 이를 연리로 계산하면 25.1%가 나온다. 가장 높은 수준의 카드할부 수수료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가입비 10만원에 대한 프로모션을 감안하면 조금 더 낮은 수준의 숫자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LG전자가 고리대금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렌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아직 렌탈이 주된 유통채널이 아니라는 뜻이다. LG가 낮은 이자율로 렌탈을 서비스한다면 많은 건조기 구매가 렌탈로 몰릴 것이다. 이는 기존 유통채널의 붕괴를 의미하고 현재 LG전자는 그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실질 표면 이자율은 연리로 25%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5%라는 이자율을 적용한다해도 LG전자에게는 20%라는 여유가 있다. 이 20%는 과거 유통이 가져갔던 마진이다. 이 여유가 제조사인 LG전자를 서비스 사업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여유를 해지의 자유, 고객관리, 데이터관리, 연관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면 구독은 LG전자의 미래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걸을 더 나가서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들의 이자율을 살펴보자. 유통사들이란 제조사인 LG전자로 부터 건조기를 구매하여 홈쇼핑이나 인터넷몰을 통해 렌탈로 판매하는 사업자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모두렌탈, BS렌탈, 스마트렌탈, 똑똑렌탈 등이 있다. 이름에서 보이듯이 자체 브랜드를 가지지 못하고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렌탈 가격을 보면 LG 전자의 렌탈보다 비싼 사업자도 있지만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업자도 있다. LG전자보다 저렴한 월 임대료를 제시하는 스마트렌탈은 소비자가 기준 월이자율을 1.3%를 적용한다. 엘지의 1.9%보다 0.6% 포인트 낮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제조사인 LG가 렌탈 이자율을 낮게 적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기준으로 LG는 월 1.5%의 이자를 적용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미 기준이 소비자가라는 것은 유통마진을 유통사가 아닌 LG전자가 차지했다는 의미니 말이다. 

 

결론은 제조사가 자신의 상품을 렌탈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구독서비스가 될 수 있다. 현재는 렌탈을 통해 건조기를 구매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은 아니다. 합리적이라면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카드 할부로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7%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신용이 없다면 카드할부 수수료도 20%에 근접하게 된다. 즉 경제적으로도 렌탈은 의미가 있다. 단지 렌탈이 구독이 되기 위해서는 LG전자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위에서 계산해본 20%라는 여유를 이용해 진정한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