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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에 대한 단상

구독 비즈니스라 부르자

 

구독이라는 개념이 약간 인기를 끌자 경제 시리즈가 나왔다. 이제는 소유 경제에서 공유경제를 거쳐 구독 경제의 시대가 왔다는 방식으로 말이다. 소유, 공유라는 단어가 나름의 맥락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유/공유와 구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 우리 언론의 말 만들기 능력은 역시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유튜브를 찾아봐도 소유/공유/구독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유행이다. 이 경제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재미는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구독이라는 단어에 경제를 붙이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 경제 규모는 지난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 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 5,300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구독은 경제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그 개념이 협소하고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 먼저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고 반복이라는 개념도 필요하다. 아마도 전체 경제(838,449억 불)에서 구독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시장 크기는 1%가 안될 것이다. 따라서 일단 경제라는 단어는 구독과 이별시키자. 

 

그렇다면 가장 적당한 단어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가장 적합한 단어는 비즈니스로 보인다. 구독을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일종의 사업전략이나 마케팅 전략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큰 변화 방식으로 비즈니스 혹은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그 이유는 현재 보이고 있는 구독 비즈니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자뭇 클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구독 경제라는 단어를 써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공유경제에 대한 반성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공유경제라는 단어를 남발했고 너무도 큰 기대를 가졌던 "공유"라는 아이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거의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소카(socar)"가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그 외에는 공유라는 훌륭한 단어를 사용하는 비즈니스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물론 공유가 사업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으로 쓰인 예를 찾기도 힘들다. 일종의 사회기여, 사회봉사, CSR과 같은 단어마저도 대체하지 못하고 "공유"는 사라져 버렸다. 구독이 비슷한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면서 구독과 경제가 일단은 헤어지고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독이 비즈니스가 돼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구독은 철저하게 기업의 영역이다. 세상에 자신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주는 고객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있을까? 아마도 기업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구독이라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시도했었고 소수만이 그 경지에 이르렀다. 잘 찾아보면 그런 위치에 있는 아주 훌륭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먼저 통신사들이 그렇고 방송사들이 그렇다. 왠지 통신과 방송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소비자들은 이들을 구독한다. 전기, 수도 등도 비록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독이다.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소비자는 제공되는 서비스가 조금 기대에 모자라도 큰 불평을 터뜨리지 않고 참고 넘어가고 매달 따박따박 구독료를 지불한다. 이런 비즈니스는 다시 쳐다봐도 기업에게는 이상적인 영역이다. 그러기에 구독은 기업이 사업적 관점에서 추구해야 하는 모델이다. 

 

둘째로 구독이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는 이유는 구독이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새로운 변화가 비즈니스 모델, 즉 사업방식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독이라는 단어는 제조업을 서비스업으로 변화시키는 촉진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한국, 그리고 여타 지역에서 모빌리티 사업자가 되는 시나리오가 바로 자동차의 구독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그랩이나 올라와 같은 모빌리티 사업자에 투자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직접 참여한다면 엄청난 사업모델 상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이 변화가 한순간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현대차가 이런 변화를 생각하고 그 변화를 어디에선가 시도한다면 현대차의 비즈니스는 제조에서 서비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식음료, 화장품, 면도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얼마나 큰 폭으로 나타날지가 "구독"이 "경제"라는 친구를 다시 만날 지를 결정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신이 유통업자 수준의 렌털로 변질된다면 이 만남은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독을 공유와 비교해보면 구독은 제조업 혹은 생산자가 추구할 수 있는 경영방식이다. 즉 아주 많은 기존의 기업들이 구독을 고민할 수 있다. 반면에 공유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에게는 암울한 미래를 의미한다. 이제는 생산을 줄이고 나눠쓰자는 방향이니 생산자들이 이를 반길리 만무하다. 그래서 공유는 플랫폼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구독은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자들에게 어울리는 변화이다. 따라서 구독이라는 단어는 보다 쓰임새가 많은 단어이고 그래서 마구 잡이로 여기저기 던지면 안 되는 소중한 단어여야 한다. 

 

구독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이 세 가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해와 더불이 이 방향으로 구독을 활용하게 되면 분명히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이를 통해 충분히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있고 이들의 경험은 구독이란 단어가 충분히 의미 있음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