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랫폼의 생각법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시장이라는 개념에는 이미 플랫폼의 개념이 존재해 있었다. 시장이 서면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이 모이고 거래가 이뤄진다. 누군가가 시장을 만들고 운영원칙을 정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룰에 의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시장은 플랫폼의 원시적인 모습을 갖고 있었다. 세상에 오픈마켓이라는 개념이 나타났을 때 우리가 쉽게 적응했던 이유는 이미 시장이라는 개념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이 오프라인 시장보다 나은 점은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가 없기에 상품의 구색이 거의 무제한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공급자 간의 경쟁이 무제한으로 가능하기에 가격이 언제나 최저가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물론 오프라인 마켓이 나은 점은 상품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고 또 즉시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 마켓이 세상에 나왔지만 상품시장에서 겨우 10% 수준만을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는 오픈마켓이 가진 한계가 현실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제약이 주는 신뢰의 문제는 모든 상품이 아닌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에 한정된 성장에 머무르게 했다.  여기에 “Everything Store”라는 개념을 갖고 시장을 경영하고 있는 아마존이 등장한다.

 

아마존의 시작은 오픈마켓이 아닌 책을 중심으로 한 종합몰이었다. 서점에서 곧 CD나 DVD로 상품을 확대했지만 본질은 상품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한국적 개념으로는 종합몰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이베이를 중심으로 한 오픈마켓이 플랫폼의 형태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마존은 단선적인 가게의 모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즉 아마존의 시작은 플랫폼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았고 2018년 현재도 아마존은 자체 판매로 전체 40%의 거래를 대응하고 있다. 아마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픈마켓이라는 전형적인 플랫폼적 시장과는 약간은 다른 발전 경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상거래는 이미 이야기했듯이 두 가지 단점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오픈마켓이기에 구매자가 판매자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상품을 소유하는데 배송이라는 단계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오픈마켓만이 아닌 월마트라는 기존의 유통채널과의 경쟁도 생각했던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의 두가지 단점을 모두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한 것이다.

 

첫째는 아마존이 판매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 신뢰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문제인 배송을 아마존이 직접 책임지고 수행함으로 고객을 예상되는 범위 내에 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해결 방식은 Fulfillment By Amazon(이하 FBA)이라는 물류대행과 Amazon Prime Membership(이하 Prime)이라는 고객 멤버쉽을 통해 구현된다.

 

FBA는 오픈마켓 셀러의 물류를 아마존이 대신하는 것으로 아마존 창고에서 아마존 박스에 담겨 아마존이 지정한 물류회사를 통해 배송된다. 첫번째 오픈마켓의 문제를 아마존 대신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더 이상 고객들은 오픈마켓의 셀러에서 구매한다 생각하기 보다는 아마존에서 구매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두번째 Prime은 일종의 고객회원제도로 연간 119불을 내면 모든 상품의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배송을 차익일 배송(주문 후 2일 내에 배송)을 아마존이 책임진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 8천만명이라는 고객 수에서 보이는 것처럼 온라인 배송의 표준을 차익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차익일 배송이 되지 않는 것은 일반적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배송이라는 오픈마켓의 단점을 차익일 배송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냄으로 해결한 것이다.

 

 

아마존의 오픈마켓은 FBA와 Prime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오픈마켓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진화과정에서 아마존은 기존 오픈마켓의 강자 이베이를 물리치고 온라인 상거래의 지배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를 모든 면에서 압도하는 실적으로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시작은 플랫폼이 아니었지만 현재의 모습은 완연히 플랫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에 아마존의 플랫폼 거래는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더 이상 아마존이 자체로 판매하는 상품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아마존은 기존에 존재했던 플랫폼에서 한단계 발전한 업그레이드된 상거래 플랫폼이 된 것이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개방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플랫폼 경쟁은 규모의 경쟁이기에 먼저 커지는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따라서 개방을 통한 규모의 추구는 플랫폼에게 필수적 선택이다. 하지만 개방은 혼란과 불신을 낳게 된다. 페이스북에서 나타나는 가짜뉴스와 같은 부작용은 개방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하지만 상거래는 지식이나 미디어와 달리 실물과 금전이 오가는 거래로 불신이 플랫폼의 성립에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은 그 불신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개방이 아닌 제한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두 가지 플랫폼 도구를 받아들이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상거래를 제공한 것이다. 그 결과 온라인 상거래의 품질은 올라갔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선택은 옳았고 아마존은 자신의 플랫폼 도구를 이제는 제한적 도구가 아닌 필수적 도구로 바꿔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