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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수익이라는 새로운 만트라

2019년 IT업계 최고의 화두는 버블이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Uber의 상장 후 주가의 추락이나 Wework의 상장 실패 등이 보이고 있는 싸인들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IT버블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기사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수익을 내지 않는 IT기업들이 단지 규모만으로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이익이라는 새로운 만트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오고 있다. 과연 플랫폼 기업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나라는 새로운 논쟁의 중심에는 Uber와 Airbnb가 존재한다. 두기업이 모두 공유경제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기업은 규모를 하나의 기업은 수익을 기업 가치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Uber는 전 세계 700개 도시에서 하루에 14백만 명을 실어 나르는 엄청난 실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우버의 존재는 필수재로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2019년 2사 분기까지 65억 불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하였고 2019년 반기 매출이 62억 불에 불과하다는 점은 Uber의 주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반면에 Airbnb는 공식적으로 발표는 않고 있지만 2017년부터 이익을 내고 있다는 보도를 내면서 2020년 상장에 대한 기대를 만들고 있다. Uber 대비 낮은 기업가치가 언급되고 있지만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는 점이 투자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Uber가 서있는 시장은 Airbnb 대비 작은 시장단위를 갖는다. Airbnb가 글로벌을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데 반해 Uber는 도시단위의 시장을 경영한다. 도시단위의 경쟁을 해야 하고 도시 단위 정책에 하나하나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한 도시의 성공이 다른 도시의 성공으로 전이가 잘 되지 않는다. 즉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되는 단위가 작아서 경쟁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Uber가 여전히 적자를 보는 이유는 경쟁비용이 여전히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Uber와 Airbnb를 바라보는 차이가 단순히 금융실적에만 근거한 것일까? 물론 모든 기업 운영상의 이유들은 결국 숫자로 표현된다. 하지만 두 플랫폼 유니콘 간에는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이들이 플랫폼으로 안정적으로 “성립”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Uber는 아직 성립되지 못했고 Airbnb는 성립되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손익의 많고 적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이 가지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다. 

플랫폼 기업은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장을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그래서 한번 성립되면 그 양면시장이 서로 도우면서 플랫폼 기업에게 독점적 지위를 제공해준다. 이 독점적 지위를 Airbnb는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았고 Uber는 아직 받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시장의 크기만이 아니다.  

Uber와 Airbnb의 가격결정구조를 보면 그 차이가 보인다.  Airbnb는 전형적인 상거래 모델이다. 나의 빈방을 팔되 내가 가격을 결정한다. 내가 결정하니 아무런 불만이 없다. 물론 수수료로 Airbnb가 가져가는 10%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빈방을 팔게 해주는 고마운 플랫폼에게 10% 정도를 띠어 주는 것은 왠지 공정, 적절해 보인다. 그냥 두었으면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을 빈방을 판매함으로 판매자도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Uber에서 탑승요금에 대한 결정은 플랫폼인 Uber가 한다. Uber의 공급자인 기사들은 Uber가 정해 놓은 룰에 따라 산출된 요금을 기준으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 피크타임에 2배의 요금을 받는 것도 Uber가 정하고 프로모션을 하는 것도 Uber가 정한다. 양면시장의 한 축인 듯한데 다시 보면 기사들이 Uber의 직원과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 수수료율이 30%에 육박한다. Uber는 20~25%라고 주장하지만 기사들이 느끼는 체감 수수료는 30%에 달한다. 이 이유가 “Gig Workers Rising”과 같은 Uber 노동자 단체가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즉 양면시장의 한 축이 Uber가 정해 놓은 운영원칙이 공정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Uber에 항의하는 수많은 기사들의 영상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은 성립이 되어야 그 가치가 있다. 그리고 성립되었다는 뜻은 양면시장의 참여자들 대다수가 플랫폼의 운영원칙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Google의 검색이 그랬고 Facebook의 미디어가 그랬다. 아마존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현재의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Facebook에서 정치광고 이슈처럼 이런저런 크고 작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플랫폼의 성립 그 자체를 흔들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다. 플랫폼의 문제는 성립이 되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Uber가 하루에 14백만 명을 실어 나르고  Airbnb는 2백만 개의 잠자리를 공급한다. 이동과 숙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플랫폼의 시장에서의 지위는 모두가 공고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Uber에 부정적이고 Airbnb에 긍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이다. Airbnb는 Uber가 받지 못한 “성립된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이미 부여받은 것이다. 

또 플랫폼 성립 실패의 좋은 예는 Wework이다. 470억이라는 기업가치를 시장에 요구했던 Wework는 스스로를 비즈니스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주장했다. 가까운 미래에 1.5억이라는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 커뮤니티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그림이다. Wework가 기업들의 오프라인 Facebook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플랫폼이 성립된다면 Facebook 안에서 콘텐츠가 유통되듯이 Wework 안에서 모든 금융, 법률, 투자 등의 모든 기업들 간의 거래활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상상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 가치는 충분히 높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현재의 Wework를 플랫폼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Wework가 만들어 내고 있는 현재의 손실이 크기에 470억 불이라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림의 구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이는 현재 Wework에 입주하고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멋지지만 약간 비싼 임대료라는 가치 이외에 추가적인 가치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씨만이 그 가치를 이해했고(?) 인정해줬던 것이다. 이제 Wework는 소프트뱅크 안에서 플랫폼으로 다시 성립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야 소프트뱅크가 쏟아 부운 200억 불의 투자비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아무도 부동산 임대업자에게 470억 불이라는 기업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면시장 모두로부터의 인정이 필요하다. MIT가 Google을 인정하기에 MIT의 모든 지식이 Google 검색으로 통해 제공되는 것이고 New York Times 가 Facebook을 인정하기에 그들의 모든 콘텐츠를 Facebook 내에서 무료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인정하고 플랫폼이 운영하는 방식에 합의하는 순간 플랫폼은 성립되는 것이다. 

플랫폼이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경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플랫폼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규모를 통해 플랫폼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를 만들어 내면서 수익을 추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인 곳에서는 말이다. 기사와 차량, 건물과 공간 등 네트워크 크기를 제한하는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업영역은 어쩌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지식이나 미디어 영역과는 달리 플랫폼의 성립이 몇 배 이상 어려울 지도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마존이 현재의 지위에 오를 때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이익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