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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서평: 플랫폼의 미래, 서브스크립션

일단 제목이 끌렸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플랫폼의 미래라니.. 아무리 클리쉐한 제목이라 하더라도 역시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책의 원제목을 찬찬히 보았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텐데 그런 꼼꼼함이 부족했다.

이 책의 원제목은 Subscription Marketing: Strategies for Nurttering Customers in a World of Churn이다. 그냥 제목대로 직역을 하면 "가입마케팅: 경쟁의 세상에서 고객키우기" 정도이다. 즉 제목만 보면 플랫폼과는 아무 상관이없다. 물론 책 전체를 읽고 나서도 가입마케팅이 플랫폼의 미래라는 주장은 별로 없다..물론 중요하다는 주장은 있지만 말이다. 결국 마케팅 책이었다. 

누군가가 "플랫폼의 생각법" 서평에서 제목만 요즘 방식으로 지었으면 대박났을 책이라 써주셨는데 이런 면에서는 아쉽다. ㅎㅎ  하지만 2108년 9월에 나온 책이 아직 1쇄가 팔리는 것을 보니 5쇄를 찍은 "플랫폼의 생각법"이 제목이 나쁘지는 않은듯...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해서 플랫폼 보다는 서브스크립션이라는 단어가 이 책을 집게, 아니 클릭하게 만들었다. 가입마케팅이 판매마케팅을 어느정도 대체해 가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 정도가 과연 주목할만한 수준인지가 궁금했던 탓이다. 한때 공유경제가 나타나서 소유보다는 공유, 혹은 임대가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가입이라는 단어는 왠지 임대라는 단어와 닮았다. 그래서 일단 내가 가입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정리해봤다. 

여기서 가입이라는 개념은 매월 혹은 매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서비스 혹은 재화의 구입을 의미한다. 일단 이동통신, 유선통신, 유선방송, 넷플릭스, 에버노트, 구글드라이브, 애플 클라우드, MS One Drive, MS Office 365, JTBC 채널 VOD, SK매직 정수기, 헬스클럽, 자동차 정도가 있었다. MS의 One Drive의 용량을 늘리면 아마도 구글 드라이브는 정리하지 않을까 하고 애플 뮤직을 새로 가입할 생각을 갖고 있으니  서비스들 내에도 경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 혹은 위디스크와 같은 서비스의 추가 가입을 생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가입형 상품들을 보아도 유사하다. 넷플릭스, 아마존, MS Office, 이동통신, 신문, 지역 YMCA, 클라우드, 박스 서비스(쥬스, 간편식,화장품, 등), 인력채용 서비스, 의료진단, 심리상담, 차량공유 등이 가입형 서비스의 사례로 이야기되고 있다. 대부분이 디지털 상품이고 미국이 한국보다 약간은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은 의료나 상담이 가입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가입형 상품의 개념이 약간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서비스여서 기간단위로 가입을 통해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 있는 반면에 과거에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했던 것들(예를 들어 심리상담)이 가입형으로 전환되는 추세는 대세일지는 모르지만 예전에도 존재했었던 다른 종류의 지불방식 이었다. 

문제는 실물 상품 판매들이 가입형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책에서 언급된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박스"형태인데 이는 소비자의 규칙적인 구매를 바탕으로 나타난 가입형 상품이다. 화장품, 장난감, 펫용품  규칙적으로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새로이 나타난 재화와 서비스가 융합된 형태이다. 이를 실물상품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실물상품의 소유가 서비스 제공자에게 있기에 서비스로 정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하나의 문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렌탈 상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있다. 렌탈은 명확히 가입형 상품인데  책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입형 상품이 판매형 상품과 다른 점은 대금 지불 방식에 있다. 정수기를 한번에 큰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달달이 사용료만 내고 임대할 것인가의 차이 말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자율을 감안해서 수입을 미래로 분산시키는 것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지불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행위이다. 하지만 두 가진 사업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객과의 관계가 장기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판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고객과의 관계가 "일단" 단절되는 판매형 상품과는 달리 가입형 상품은 그 때부터 고객과의 관계가 시작된다. 즉 사업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즉 가입형 상품이라는 개념은 고객과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시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느정도 기간을 기준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지를 고려하여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자동차의 경우처럼 구매시에 금융이 결부되는 경우는 가입형 상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자동차를 구매할때 카드 할부를 한 것과 동일하게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입마케팅의 대상으로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할  있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가입형 서비스, 디지털, 컨텐트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등의 멤버쉽 포함 

둘째는 재화와 서비스가 결합하여 새로이 나타나는 서비스, 박스형 서비스

셋째는 재화를 렌탈하는 서비스, 정수기, 매트리스, 냉장고(요새는 냉장고 렌탈이 대세이다)

이 세가지 영역 모두 고객관의 관계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가치키우기 전략"이 적절히 적용되어진다. 판매시의 가치가 아니라 고객을 온보딩(가입서비스 사용을 시작)시킨 이후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의미있는 영역이다. 소제목들만 봐도 대충은 감이 올테니 한번 적어 보았다. 

거래개시 계획을 수립하라, 초기 성공을 기획하라, 고객의 습관을 바꿔라, 멋진 훈련을 제공하라, 고객 스토리를 공유하라,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라, 고객 성공을 축하하라, 콘텐츠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라, 커뮤니티로 구독자들을 연결하라, 팬과 옹호자들을 육성하라, 고객에게서 조언과 정보를 구하라, 이별에 품위있게 대처하라, 기업의 핵심 스토리를 공유하라, 사업 모델에 가치관을 심어라, 무료 시험 사용자를 육성하라. 

가입마케팅, 혹은 가입형 상품이 대세인 것은  모르겠다. 아직은 아닌  같은데 곳곳에서 판매가 아닌 렌탈, 혹은 가입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서 서브스크립션이 필연적인 이유로 공유경제, 모빌리티, 사물인터넷, 디지털화, 그리고 자원의 부족을 들고 있다. 공유경제는 이미 대세는 아닌 것으로 정리가  듯하고, 모빌리티, 사물인터넷, 디지털화를 가입마케팅이 필수인 이유로 들자면 너무 대승적이다. 자원의 부족은 공유경제가 주장했던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위에 3가지 가입형 상품을 다루는 분들은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2장의 가치키우기에서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의미있는 내용을 찾을  있기 바란다. 단지 아쉬운 것은 번역서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내용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거의  시간이 안걸려서 책을  읽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데  시간 가까이 걸리고 있다. 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할만한 가입형 상품은 바로 아마존의 프라임멤버쉽이다. 2019년 3사분기까지 아마존의 가입형 매출 실적이 140억불이고 전체 매출 1930억불의 7%를 차지하고 있다. 7%에 불과하지만 서비스 매출이기에 작지 않다.  하나 애플이 2020년의 가입매출 목표를 500억불로 잡았다고 하니 가입시장의 중요성은  수록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로 애플의 2019년 3사분기까지 서비스 매출(가입이 아닌)은 463억불이다. 아마도 앱스토어 수수료 매출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