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랫폼의 생각법

소프트뱅크는 왜 Wework에 집착했나?

Wework는 오피스 공유기업이다. 한국에도 이미 20개의 오피스를 열었고, 또 이미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유명인에 가깝기에 기업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은 크게 필요 없어 보인다. 단지 전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위치, 예를 들어 테헤란로, 혹은 종로, 혹은 부산의 서면에 사무실을 만들고 이를 잘게 쪼개서 재임대하는 임대사업자다. 전세계 29개 국가 111개 도시에 진출했고 528개의 사무실을 이미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이름에 우버와 같이 “공유”라는 이름을 붙인 기업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 Wework가 상장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S1이라는 보고서가 필요한데 이는 구글에서 ‘Wework S1’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자료인데, 그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Wework의 재무실적과 향후 계획에 대해 알 수 있다. 일종의 상장을 위한 사업계획서로 보면 될 듯 하다.

먼저 IPO가 좌절된 가장 큰 표면상의 이슈는 Adam Newman이라는 CEO와 관련한 Risk를 들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엄청나게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그 내용도 너무 화려해서 여기서는 간단하게 리스트만 열거하도록 하겠다. 한국에서 Adam Newman이 사업을 했다면 마리화나는 배제하더라도 이미 배임횡령으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PO가 실패하기 전까지 Adam Newman을 미디어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비교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에서 물러난 또 하나의 인물(참고로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을 의미한다)이 되었다.

특정 인물에 따른 리스크를 떠나서 그래도 글로벌 신뢰를 받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왜 그토록 Wework에 집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소프트뱅크는 Wework에 너무도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총 105억불을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 자체 계정에서 투자했다. 전체 128억불의 대부분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것이다. Wework가 IPO 시도 직전에 소프트뱅크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는 470억불이었다. 즉 소프트뱅크는 Wework 상장시의 시작가치를 470억불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시장은 Wework의 가치를 150~200억불 수준으로 판단한 걸로 보인다. 투자받은 총금액을 모두 합하면 128억불 수준이니 거의 투자원금 수준만을 시장이 인정하는 꼴이다.

최근 6개월동안 소프트뱅크는 Wework에 비전펀드가 아닌 소프트뱅크 자체에서 60억불이라는 투자를 집행했고 최근 Wework의 기타 주주들의 지분을 100억불을 들여 모두 인수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생각은 무엇일까? 무엇이 손정의 회장에게 Wework를 그토록 매력적인 대상으로 만들었을까?

먼저 Wework가 성공한다면 무엇이 만들어질지 상상해보자. Wework는 현재 29개 국가, 111개 도시에 528개의 오피스를 갖고 있고 527,000명의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TAM, 즉 Total Addressable Market의 관점에서 Wework는 현재 진출한 111개 도시에서 1.5억명, 그리고 미래 280개 도시에서 2.5억명의 Desk Worker를 바라보고 있다. 거의 모든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멤버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Wework가 주장하는 대로 Wework의 사무실 임대비용이 평균 대비 50% 저렴하고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가치가 충분히 크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니 성립된다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이 가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스스로를 이제는 벤처생태계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Wework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소프트뱅크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든 스타트업들이 Wework로 몰려들고 거기서 모든 창조가 이뤄질 것이고, 현재 Wework와 계약을 한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 다수가 Wework 생태계에 들어온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산을 얼마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판단은 220억불 정도를 생각한 듯하다. 기존 투자 60억불, 추가투자 60억불, 그리고 기타주주 지분 100억불을 합하면 220억불이 되니 말이다. 즉 Wework가 플랫폼으로 성립된다면 말이다.

일반적인 시장은 공급자로서 소비자를 지향한다. 그래서 언제나 경쟁이 있다. 늘 신상품,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그렇지 않다. 일단 플랫폼이 성립되고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아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어느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게 된다.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양면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플랫폼 기업을 우리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 Wework는 그런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었고 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성공적인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기업가치를 보면 어마어마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05T 달러, 애플이 1.03T 달러, 구글이 893B 달러, 아마존이 860B 달러, 페이스북이 515B 달러, 알리바바가 443B 달러, 텐센트가 391B 달러이다. 한화로 1000조가 넘어가는 기업이 4개나 되고 대부분이 500조가 넘는 기업가치를 보이고 있다. 숫자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익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한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42조, 애플이 85조, 구글이 37.5조, 아마존이 15조, 페이스북이 30조, 알리바바가 13.5조, 텐센트가 14조 수준이다. 소프트뱅크는 Wework를 이들의 반열에 세워서 500억불 수준의 기업으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또 하나 Wework가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이유는 현재 보이고 있는 성과에서 성장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매년 만들어 내고 있는 고성장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이 보이지 않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아래 Wework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16년에 429M 달러, 2017년에 939M 달러, 작년인 2018년에 1.93B 달러,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904M 달러의 손실을 만들었다. 이 손실을 통해 만들어낸 글로벌 멤버의 숫자는 53만명이다. 크다면 큰 숫자이고, 적다면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 퍼부은 돈의 규모는 충분히 커 보인다.

Wework 상장의 실패는 그 동안 손정의 회장의 조금은 과하다 싶었던 투자들을 뒤돌아 보게 만들고 있다.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에 대한 투자는 모두 이동 플랫폼에 대한 투자였고, 그 결과는 우버의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일단은 실패로 드러났다. 우버에 마지막으로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가치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주가는 추락했다. 이동 플랫폼이 갖는 플랫폼으로서의 약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과도한 투자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버의 이동 플랫폼으로서의 문제는 아래 글을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의 수익모델??

우버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서 | 우버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상장을 위해 실적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중국, 러시아, 동남아에서의 사업 매각과 관련된 회계상의 착시로 우버의 영업상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우버의 민 낯을 처음 공식적으로 보는 발표였다. 2019년 2사 분기까지의 반기 실적은

brunch.co.kr

Wework의 IPO 실패는 또 한번 IT버블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소프트뱅크가 만들어 낸 이벤트였고, 그 이벤트가 흥행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영화 하나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영화산업이 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사한 구조를 가진 영화들은 모두 개봉을 미룰 것이고, 아마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스토리를 가진 에어비앤비(Airbnb) 정도가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시장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사족: 소프트뱅크는 IPO가 좌절된 후 추가로 10억불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Wework의 성장을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래 Wework는 IPO를 통해 10억불 정도를 투자받으려고 했다. 그리고 IPO 후에 은행 여신으로 40억불을 조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Wework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자금 소요가 많은데 IPO가 실패한 상황에서는 50억불이라는 자금소요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일단 소프트뱅크로서는 시장에 믿음을 주기 위해 10억불 추가 투자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이어서 긴축과 비관련 자회사 매각, 그리고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은 제한될 것이고 현재의 투자에서 수익이 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선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