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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민주주의 더하기 자본주의

11월3일의 승자는 바이든만이 아니었다. 이 날 우버도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물론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리프트와 함께 말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비록 한동안 트럼프라는 이상한 지도자의 출현이 이 민주주의라는 4글자가 미국에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상징성을 갖는 국가이다. 여기에 미국은 자본주의라는 또 하나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함께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버는 이번 11월3일 선거에서 우버와 리프트를 새로운 노동법(AB5)의 예외 대상으로 인정하는 법안(Propositon 22)을 상정했고 58%의 지지로 이 법안은 통과되었다. 새로운 노동법은 우버의 기사를 계약직 노동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우버는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의해 고발당하고 법원에서 패소한다. 이를 뒤집을 유일한 방법은 입법을 통해 우버의 주장을 관철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그리고 우버는 그를 해낸 것이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한국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로 ballot measure라고 하는 제도는 일종의 국민입법제도로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법안이 상정되고 이번 대선과 같은 임명직 선거에 투표에 붙여지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기억을 보면 한국에서는 국회, 행정부, 그리고 대통령만이 입법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아직은 미국의 ballot measure 처럼 국민의 입법권리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면에서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반면에 이번 우버의 승리는 자본주의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노동법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다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기업이 노동자를 계약직(프리랜서)으로 채용하기 위한 예외로는 이들의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의 3배가 넘을 때를 예외로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이 15불 수준인만큼 시간당 임금이 45불이 넘으면 계약직 노동자로 유지할 수 있지만 그보다 낮다면 무조건 정규직 고용이 필수가 되는 것이다. 즉 임금이 낮으면 고용안정성을 기업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노동법의 기본 내용이다.

 

우버는 이 기준에 맞출 수 없기에 모든 우버 기사를 고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 경우 우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택시회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누적적자가 200억불에 육박하고 2020년 상반기만도 50억불에 달하는 손실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이 법안의 실패는 우버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컸었다. (우버기사의 시간당 소득에 대한 논의는 brunch.co.kr/@iloveroch/32 를 참조하기 바란다.)

 

하지만 언론에서 역사상 가장 비싼 ballot measure라 이름 붙였듯이 우버와 리프트는 각기 1억불을 선거운동(찬성표를 얻기위한 운동), 특히 대중의 동의를 얻기 위한 TV 광고에 기탁했으며 일부 보도에 의하면 우버는 약 5억불을 이 선거운동에 퍼부었다고 한다. 우버는 수억불을 집행했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기업이 자신의 이익 혹은 생존을 위해 수억불의 투자를 통해 법을 바뀌낼 수 있는 나라이니 자본주의 국가임이 명백한다. 

 

우버의 법안 통과는 단순히 우버가 수억원의 텔레비전 광고를 집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많은 주민들은 우버가 현재의 플랫폼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과거 택시가 주었던 불편함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우버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차량공유 플랫폼이 존속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또 하나 캘리포니아에서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차를 소유하고 있기에 차량공유라는 개념이 가장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언제든 나의 여유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바꿔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차량공유 플랫폼이 성립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면서도 가장 노동친화적인 가장 급진적인 노동정책이 집행되는 곳이다. 그러기에 플랫폼과 노동자간의 이번 한판의 대결은 향후 플랫폼 사업자 우버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번 싸움은 플랫폼의 승리로 끝났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치가 플랫폼 참여자를 플랫폼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플랫폼은 분명히 새로운 방식의 사업모델이다. 그래서 기존의 정책들과 자연스레 공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 시점에 그 플랫폼을 지켜주는 것은 플랫폼의 참여자들이다. 우버의 경우 캘리포니아에만 존재하는 10만명이라는 기사들과 우버의 존재를 반기는 수많은 승객들이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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