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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플랫폼 노동

플랫폼 노동이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 직원의 코로나 감염과 그에 대한 쿠팡의 미온적인 대처를 두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한국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가에서 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즉 문제를 탓하기에 앞서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각주: 우버 기사의 소득에 관련된 모든 통계지표는 미국의 주별로 시별로 다르다. 심지어 택시기사의 소득, 최저임금, 가구별 차량보유율도 지역에 따라 다르기에 미국 전체 혹은 캘리포니아 평균 숫자는 의미를 갖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최근 상세한 연구가 이루어진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통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숫자는 뉴욕과 같은 동부의 수치와는 많이 다르고 캘리포니아의 다른 도시와는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플랫폼은 양면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사업형태인 플랫폼에서 노동자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의가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미국의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에서부터 이다. 우버는 차량을 소유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이미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돼있다. 우버는 기사를 근로자, 혹은 피고용자(Employee)가 아닌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 간주한다. 따라서 모든 보상은 근로자가 아닌 단순한 계약에 의해 진행된다. 승객이 지불한 운임에서 20%라는 우버의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기사의 몫인 아주 단순한 계약관계가 전부이다. 

 

문제는 우버의 등장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산업 지형이다. 먼저 우버의 등장으로 택시라는 기존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던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많은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급락했고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반대급부로 기존의 택시보다 훨씬 많은 우버 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고 이는 새로운 직업, 혹은 노동의 탄생으로 이해됐다. 문제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수준이 기존의 택시기사의 소득보다 낮다는 데 있었다. 기존 택시를 통해 미국 벌어들일 수 있었던 평균 임금이 16.81불이었던 것에 비해 우버의 평균소득은 9.71불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애틀 시정부는 뉴욕시에 이어서 우버와 리프트에게 2021년 1월부터 시애틀 최저임금인 $16.39을 지급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다.  여기서 문제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 노동에서의 시간당 임금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에 있다. 

 

시간당 소득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복잡한 문제는 운전자가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시간(실제 운행시간) 이외의 시간(오더를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에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고 있기에 우버의 입장에서는 운행이 이뤄지고 있는 시간만을 시간당 임금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사들은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고 어디든지 운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기사의 입장에서는 우버 앱을 켜는 순간부터 끄는 순간까지 모두 노동시간인 것이다. 이 차이 즉 다양한 플랫폼 노동의 형태에 따른 차이를 감안한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려면 개별 플랫폼별 노동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코넬대학의 우버와 리프트의 최저임금 조사 결과

 

우버의 시간당 소득 조사에서 코넬대학은 한 시간에 $23.25을 발표한 반면 다른 조사에서는 $9.37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즉 어디까지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것인가와 운행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어떻게 가정하는 가에 따라 두배가 넘어가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코넬대학의 조사는 우버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우버가 데이터를 제공하였다. 가장 정확한 데이터가 제공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당 임금이 계산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사들이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 즉 앱을 켜고 운행 주문을 받을 때까지의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코넬대학의 조사에서는 차량 그 자체의 감가상각은 기사의 운행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미 차량을 갖고 있고 이 차량을 이용하여 임시노동(Gig work)을 했기에 비용에 산입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근거이다. 

 

 즉 $9.37을 주장하는 Parrot과 Reich의 연구는 운행대기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야 하며 차량의 감가상각뿐만 아니라 노동자였다면 당연히 받아야 했던 휴식시간, 의료보험, 병가 등의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조사는 우버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3000명 정도 우버 기사의 설문조사와 실제 운행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모든 논쟁의 기저에는 우버라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사를 근로자 혹은 노동자로 인정할 것인가가 라는 질문이 존재하는 것이다. 높은 소득이 계산된 연구는 우버 기사를 노동자로 고려하지 않았고 낮은 소득이 계산된 연구는 이들을 노동자라는 가정하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양면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버의 기사들은 시장의 공급자들이다. 물론 차량 공유 플랫폼의 참여하는 의사결정은 본인의 몫이고 이 플랫폼의 운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참여를 거부하면 된다. 그러기에 이들의 플랫폼 참여를 통한 경제활동을 노동이라 정의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우버 기사들은 스스로를 이미 우버의 노동자라 정의하기 시작했고 우버가 가져가는 20~30%라는 높은 수수료율과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 등 기존 노동자들과 유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법정은 우버와 우버 기사들 간의 관계를 계약이 아닌 고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의 참여자가 법적으로 플랫폼의 노동자가 되는 순간이다. 

 

캘리포니아 법원의 결정은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사업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결론이다. 물론 이는 플랫폼 옹호자로서의 판단이지만 플랫폼이라는 사업형태는 그에 맞는 해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면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운영은 참여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우버의 경우처럼 공급자의 소득이 충분치 않다면 탑승 금액을 올리거나 수수료율을 낮춰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우버 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플랫폼이라는 기본 개념을 파괴하는 선택이다. 플랫폼 노동은 분명 인간의 노동이 투입되는 행위이지만 기존의 노동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코넬대학 분석자료: 우버 기사들의 일주일 운행시간 분포 

 

 

첫째, 선택의 자유가 명확하다. 미국의 우버나 중국의 디디 추싱과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에서 50%에 달하는 사람들은 하루 4시간 이하를 일한다고 한다. 우버와 리프트의 시애틀 데이터를 보면 75%가 일주일에 20시간 이하(평균으로 보면 하루에 4시간과 주말 휴식)의 플랫폼 참여시간을 보이고 있다. 즉 일주일에 20시간 이하를 참여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언제, 어디서 일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도 온전히 참여자의 몫이다. 보다 높은 수입을 위해 자신의 거주지에서 멀리 이동하는 것도 선택이고 주말에 일하는 것 역시 선택이다.

 

둘째, 참여자, 즉 노동자와 플랫폼과의 관계가 수평적이다. 플랫폼 참여자는 누구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고 일정 시간 이상을 일할 필요도 없다. 유일한 보스는 자신이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 노동을 시작한다. 우버는 노동자에게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참여자의 노동을 도와주는 동반자의 느낌이 강하다.  즉 우버 앱을 켜는 순간 스스로가 노동자가 됨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버에 전화를 하는 경우는 문제가 발생해서거나 참여자(플랫폼 사용자)로서 불만이 있을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캘리포니아 법정의 판결은 우버 노동자들의 항의에 기인했다. 시간단 9.37불(Parrot&Reich의 주장이 옳다면)에 불과한 우버를 통한 수입은 우버라는 플랫폼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났고 우버를 풀타임 직업으로 하거나 우버를 위해 차량을 구입한 참여자들의 불만은 법정을 통한 분쟁으로 비화됐다. 하지만 결론은 쪽박을 깨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버는 항소를 했고 그 결과 AB5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노동법안은 10월까지 유예라는 타협안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법정의 판결이 유지가 된다면 우버는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우버의 2019년 매출이 141억 불이고 수수료율 20%를 감안하면 700억 불 정도의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고 이중 80%인 564억 불의 기사 소득이 증발하는 것이다. 한화로 무려 67조에 달하는 금액이다. 

 

공유경제는 내가 가진 남아있는 자원의 활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다. 대부분의 우버 기사들이 자신의 남는 시간과 사용되지 않는 자동차를 활용해 도시의 이동에 참여하는 것은 분명한 교통수단의 공급 증가이고 이를 통해 승객들의 편리는 증가하고 기사들에게는 추가적인 소득이 발생한다. 유휴 자원이 활용되어 가치가 창출되는 현장이다. 이 현장이, 67조라는 가치가 법원의 결정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67조라는 새로이 창출된 새로운 가치는 개개의 기사들이 벌어가는 낮은 소득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시애틀 조사에서만 보아도 우버의 등장은 기존 1200대에 불과했던 택시 숫자(우버&리프트 포함)를 30,000대까지 증가시킨 점을 보면 공급의 증가로 시장은 늘었지만 참여자들의 평균소득은 감소하는 결과를 쉽게 예측 가능하다. 

 

우버는 한때 기사들이 스스로 운임을 결정하는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했었다. 우버가 일감을 배정하고 추천 요금을 제시하면 기사들은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시간당 임금에 불만이 있으면 기사 스스로의 노동에 가치를 설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참여가 자유롭고 누구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새로운 노동이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는 모습이다. 우버는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지는 않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리프트와의 경쟁상황에서 아마도 현실적으로 운임을 두배 가량 올리게 될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근무시간과 장소의 선택이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스스로 운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선택 요소가 있었다면 법정의 결론은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플랫폼 노동의 사례를 찾아보면 카카오 대리, 배민 라이더, 쿠팡 플렉스 등이 떠오른다. 대표적 사례인 카카오 대리는 대리운전을 제공하자고 하는 대리기사와 대리운전이 필요한 차주라는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대리운전에 대한 가격, 대리 배정의 원칙 모두를 카카오가 결정한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대리기사들은 이러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리고 이들의 임금이 과연 최저임금을 상회하는가의 질문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만약 나온다면 우버의 시애틀 사례처럼 노동시간과 투입 비용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것이다. 물로 이 문제는 배민 라이더나 쿠팡 플렉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문제이다. 

 

플랫폼 노동은 완전한 선택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평화로운 운영을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자의 플랫폼 참여자들로의 권력 이양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참여자인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일정 수준의 권력 이양이 이뤄지면 운영자들은 상대적으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이다. 권력의 감소는 책임의 감소로 이어지고 플랫폼은 참여자들과 운영자에 의해 플랫폼이 보다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버의 시소는 사용자인 승객에게 너무 많이 기울어져있다. 승객에게는 너무 편하고 저렴한 서비스이지만 반대로 기사에게는 불만인 현재의 상황은 정보의 공유를 통해 시장이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공유소비 플랫폼이 주는 가치가 진정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물론 아침에 출근버스에 탑승하는 선택과 도중에 근무를 중단하고 퇴근버스를 기다리는 선택은 존재한다. 하지만 근무 중에는 관리자의 감독을 받아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관리의 압력 하에서 일을 해야 한다. 이를 플랫폼 노동이라 이야기하면 우리는 모든 노동을 플랫폼 노동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노동의 본질이 다르기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버가 운임의 인상과 플랫폼 수수료의 조정을 통해 노동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쿠팡은 노동환경의 개선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