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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우버의 슈퍼펌프드, 북리뷰

플랫폼 강의를 하면서 우버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슈퍼펌프드를 읽으면서 그 흥미의 강도는 더해졌고 앞으로 우버만 가지고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우버는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책에서는 공유경제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우버의 창업자 트레비스 캘러닉의 머릿속에는 공유라는 선한 사상은 한 단 한 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혁신이라는 실리콘 밸리 기업에게는 얼마든지 쉽게 붙일 수 있는 단어도 "욕망"이라는 단어로 인해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버의 실체라는 평가이다. 우버는 지난 대선에 붙여진 주민발의법안 Pros22를 통과시키면서 이제 900억 불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5월 상장 시의 목표가치가 1200억 불이었다는 점을 보면 아직은 그들의 욕망을 모두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욕망이 왠지 채워지지 못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이 깨달은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우버와 리프트 간의 경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네트워크 효과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깨어질 수 있었나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버의 MS는 거의 90%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리프트에게 시장을 빼앗기면서 현재는 거의 70:3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플랫폼은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후발주자를 쉽게 따돌릴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기에 발생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공급자와 수요자 시장이 서로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기사가 많으면 서비스 품질이 올라가기에 고객들이 우버를 더 선호하는 그런 현상이다. 그런데 그 원칙이 우버의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았다.

 

그래서 "멀티호밍"이라는 해석이 등장했다. 수요자, 즉 승객과 기사 모두 복수의 플랫폼의 사용이 가능하고 그 복수의 사용이 참여자의 효용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 시장 점유율의 변화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도 멀티호밍도 아닌 우버의 경영진이 만들어 낸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그리고 많은 부분 불법적인 행위들이 드러나면서 나타난 시장의 반응이라는 결론이다. 여직원의 블로그로 밝혀진 성추행 사건,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만들었던 그레이 볼이라는 불법 소프트웨어, 역시 경쟁업체인 리프트의 기사를 빼내기 위한 불법 소프트웨어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은 외형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고 가장 심각했던 것은 트래비스 캘러닉이 가진 플랫폼의 한축이었던 기사에 대한 인식이었다.

 

우버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었던 트래비스 캘러닉은 우버 기사들을 플랫폼의 한축이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의 원자재 정도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에서 우버가 기사들에 보인 고민의 흔적은 거의 단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나쁜 플랫폼 운영자의 마음가짐이 점차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고객도 우버로부터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기사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말이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실이다.

지난 글에서 우버를 분석하면서 우버가 성공하기 힘든 4가지 문제를 이야기했었다. 첫째는 멀티호밍으로 인한 경쟁의 지속이고, 둘째는 플랫폼의 대상 네트워크가 작아서 진입장벽 건설이 어렵고, 셋째, 플랫폼 기사들의 노동자화로 인한 원가 인상의 가능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차 경쟁에서의 열위가 그 네 가지 이유였다. 여기서 여기서 흥미를  것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우버의 자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운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가 취임 후 첫 번째로 한 선택은 미래가 없어 보이는 캘러닉의 의사결정들을 뒤집는 것이었다. 첫 번째가 글로벌의 정리였고 두 번째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였다. 

 

우버는 구글의 기술을 훔친(법원에서 인정하고 합의를 했으니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앤서니 레반도브스키(그는 결국 18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의 모토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장물을 사들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우버의 지분을 구글에 바치는 것으로 합의했다. 최근 우버는 자신의 자율주행차 사업(Advanced Techonolgy Group)을 Aurora라는 전 구글 자율주행차 사업의 리더가 만든 회사에 팔아버렸다. 더 이상 자체적으로 아니 홀로 자율주행차라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뒤늦게 한 것이다.

 

Aurora라는 회사는 현대자동차도 고객으로 갖고 있으니 아마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나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Aurora가 우버의 미래 자율주행차의 운영을 담당할 것이라고 하니 시장에 이 결정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게다가 Aurora를 지원하는 기업이 아마존이니 말이다. 우버와 자율주행기술은 같이 성립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이를 내부적으로 진행하려했던 캘러닉의 선택은 캘러닉이 가진 기사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캘러닉에게 기사들은 쓰다 버릴 연료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정확하게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찌 보면 역설적인 일이기에 적어본다.

 

 

우버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Gig Workers Rising이라는 조직은 오설리번이라는 사람에 의해 촉발되었다.  그는 #deleteUber라는 해시태그를 처음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조금 우습다. 트럼프가 당선되고 무슬림 국가에 대한 국경 봉쇄를 선언한데 대해 택시 기사들이 하루 JFK 공항에서의 픽업에 대한 부분 파업을 결정한다. 물론 이는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다. 이 트위터를 보고 우버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우버의 시스템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요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설계되어 있었다. 만약 JFK 공항에 택시가 한 대도 없다면 우버의 미터기는 3배 이상의 요금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버는 이로 인한 우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트위터에 그 날만큼은 우버의 요금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전까지 우버에 대해 큰 관심도 반감도 가지지 않았던 오설리번에게 그 트위터는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택시 기사들이 트럼프의 행동에 반하여 공항 픽업 파업을 진행하는 것을 우버가 사업의 기회로 이용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틀린 반응은 아니다. 우버 기사들에게 택시 파업이니 요금을 올리지 않을 테지만 공항에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트위터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트위터는 우버에 대한 큰 감정이 없던 오설리번(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 아닌 소시민)을 자극했고 이는 #deleteUber라는 해시태그로 연결된다. 이 해시태그는 엄청난 확산을 만들어내고 결국 50만 명이 우버 계정을 삭제하는 결과를 만든다. 또하나 역설적인 사실은 오설리번이 우버기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가 우버의 기사였다고 생각했다.

 

슈퍼펌프드는 본문만 53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물론 내용은 그냥 읽어버리기에 쉬운 책이다. 느낌은 테라노스의 이야기를 다룬 Bad Bood와 거의 비슷하다. 굳이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버와 같은 기업을 혁신이라 칭송하고 한국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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