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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에 대한 단상

구독 서비스란 무엇인가?

구독경제가 유행이다.

 

우리는 과거에 구독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사용했었다. 바로 신문과 잡지를 구독했었다. 구독이라는 개념은 이런 이유로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그런 구독의 개념이 이제는 변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매일, 매주, 매월 특정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구독의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일정기간에 일정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그 대표주자이고 멜론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다. 그 변화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타다가 구독형 서비스(TADA PASS)를 내놓은 것만 보아도 구독이 일종의 유행인 것은 분명하다.

 

CDDVD형태로 판매되던 음악과 영화는 멜론과 넷플릭스와 같은 형태로 변화되어 이제는 한달에 일정액만 내면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 과거 음반이나 DVD 단위로 구매하던 콘텐츠들은 이제 구매가 아닌 사용 혹은 감상이라는 개념으로 소비가 변화되었고 그 소비의 대가를 실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술적 변화 이외에 또다른 변화가 보인다. 바로 콘텐츠 양의 절대적인 증가이다. 콘텐츠 양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멜론이나 넷플릭스가 구독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콘텐츠의 양이 너무 많았기에 소비자들의 과거 구매라는 방식의 소비가 점차 힘들어진 이유도 있다. 이 두 가지 이유, 즉 콘텐츠의 증가와 디지털이라는 형식의 변화는 구독이라는 정기적 형태의 소비, 즉 구독형 서비스의 탄생을 가능케했다. 그리고 이 현상이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구독경제라는 단어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디지털 콘텐츠라는 영역에서의 구독의 개념은 이미 충분히 시장에서 자리잡았으니 이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주라는 실물이 중심이 되는 삶에 있어 구독이라는 개념, 혹은 기간단위 무제한 서비스의 개념이 적절한지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우버의 경우도 구독형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는 표현을 썼다. 바로 이동이라는 기존의 서비스에 구독서비스가 적용되리라는 예상이다. 현재 우버는 탑승당 요금을 받는 모델이니 기존의 구매형 모델과 차이가 없다. 만약 우버가 월정액을 정하고 무제한 탑승 서비스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미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경험했었다. 대학생 시절에 지하철 월 단위 무제한 탑승권을 구매해서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구매의 이유는 편리성과 높은 할인율 때문이었다. 우버의 경우 만약 월 단위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경제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고객들이 선택할 것이다. 즉 우버의 입장에서는 월 단위 모델은 현재의 고정적 현금으로 미래수익을 할인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우버와 같이 단순한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의 소비의 가치가 쉽게 산출되므로 무제한 탑승이 아닌 멤버쉽에 기반한 할인형 구독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확히 타다가 선택한 구독방식이다. 타다의 타다 PASS는 일종의 쿠폰 패키지로 월 단위로 31000원을 내면 5천원짜리 베이식 쿠폰 10장과 Air 쿠폰 1장을 받는 모델이다. 모든 할인을 다 활용한다면 55,000원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타다의 사용빈도를 높임으로 장기적 수익을 올려는 의도이다. 51,000원짜리는 전체 가치를 계산해보면 대략 11만원 수준이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인 쏘카는 이미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를 구독 모델 형태로 제공해왔다고 한다. 9,900원으로 자동차 대여료 50%를 할인 받는 쏘카패스로 시작해, 반값패스, 퇴근패스, 슈퍼패스, 라이트패스 등을 구독 상품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월단위 멤버십과 할인제공을 구독이라 칭하는 것은 무리스럽다. 즉 서비스가 다양성이 없고 이용의 가치가 명확히 계산되기에 쏘카나 타다의 구독은 결국 선 멤버십 비용지출과 후 할인혜택이라는 고전적인 회원제 방식이다. 즉 가격할인 멤버십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를 구독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도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멤버쉽 구독의 교과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쉽이다. 일년에 119불을 내면 음악, 영화, , 게임중계 등을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아마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에 50%정도에 해당하는 상품의 배송(차이익배송)이 무료로 제공된다. 최근에는 신선식품 배달도 서비스에 포함시킴으로 프라임 멤버쉽의 매력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프라임 멤버쉽에 가입된 고객은 비 가입고객 대비 구매력이 거의 두 배에 육박하기에 아마존 입장에서는 멤버쉽 운영에 따른 비용을 커머스 매출로 충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음악, 영화 등 콘텐츠 서비스들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기에 이를 타다의 경우와 같은 단순한 멤버쉽 구독이라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아마존 프라임을 가입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제공받는 가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기때문이다. 단지 어떤 형태의 조합으로 제공되는 가치를 누려도 119불의 값어치는 된다는 판단을 한 고객이 전세계적으로 1.5억명 미국에만 9천만명이 있는 것이다. 즉 1.5억명은 아마존으로 부터 무엇인가를 구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것이나 아마존을 구독하는 것이나 유사한 구석이 있다. 돈은 일단 지불하고 내가 열심히 활용하겠다는 소비자의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서비스 구독과 멤버쉽 구독을 정리하고 나면 현실적으로 의미 있어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구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실물 상품을 구독하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예로 포르셰의 패스포트 서비스가 있다.

 

포르셰가 Porsche Passport라는 구독 서비스는 한달에 2100불을 지불하면 6종류의 포르셰 중에 무엇이든 선택하여 탈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 구독 서비스이다. 돈을 3100불로 올리면 탈 수 있는 차종을 포르셰 전체 차종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일견하기에도 매력적인 제안이다. 수십만불이 넘어가는 차량을 이자비용(비록 상당히 고리이긴하지만)만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이고 6종류 혹은 모든 종류의 포르셰를 다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또한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2,100불에 한달 포르셰를 타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가입비가 595불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해지후에 재가입을 하려고 하면 가입비는 분명 다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 구독 서비스의 경우 고객을 두 가지 형태로 가정할 수 있다. 첫째는 포르셰를 살 의사가 있는 고객의 경우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포르셰를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 쓸 수 있다는 가치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종류, 하나의 색상만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유사한 비용으로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포르셰를 위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구매를 서비스로 전환시킴으로 소비자의 가치를 올려주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물론 회사입장에서도 판매를 통한 부정기적인 수입보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기적인 수입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가정은 100대의 포르셰를 100명의 회원이 함께 사용한다는 비용측면에서의 가정이 성립한다면 말이다.

 

두 번째 경우는 포르셰를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다. 비록 당장은 포르셰를 구매할 능력은 없지만 구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잠재되있는 수요를 이끌어내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포르셰를 6개월 정도 혹은 일년동안 타본다는 그런 관점에서의 작은 사치(Small luxury, 혹은 small indulgence) 관점에서 말이다. 즉 이런 유형의 소비자에게 포르셰의 패스포트 서비스는 진정 서비스인 것이다. 이 고객은 포르셰를 장기적으로 소유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소나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려 한다면 현대차는 어떤 형태의 구독서비스를 만들어야 할까? 내가 소유한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다양한 색상의 소나타가 제공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기다려야 할지라도 수퍼히어로 마블버전의 소나타를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해야 할 것이고 전화 한통으로 수리나 사고가 해결되야 할 것이다.  또 지금 타고 있는 소나타가 맘에 든다면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되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계열의 현대캐피탈이 최근에 출시한 딜카 클럽은 전형적인 구독서비스처럼 보인다.  상품은 라이트형( 50만원 미만), 스탠더드형( 50만∼100만원), 프리미엄형( 100만원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면 차종별로 가격이 구분되는 월 단위 렌터카 서비스이다. 단지 스위칭 비용이 저렴(5만원)하고 교환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일반 렌터카와 달리 배송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을 타 렌터카와 비교해보지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현대기아차가 제공하는 다양성이 진정으로 다양성의 의미를 갖는다면 어느 정도는 의미있는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과거 현대 캐피탈이 제공했던 렌탈 서비스와 혼동이 되지만 새로운 서비스이고 여전히 "구독"서비스라 칭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맥락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렌탈과 진정한 서비스로서의 구독은 차이를 갖는다. 여기서 렌탈은 임대의 영어의 표현이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에 렌탈이라는 현실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겠다. 한국에서 렌탈은 할부판매의 의미를 갖고 있고 구매에 준하는 이탈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적 렌탈 개념과 우리가 이야기하는 구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개념은 구분되야 한다.

 

렌탈의 개념은 구매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고 내가 소유를 원할 때 동작되는 시스템이다. 단지 소유를 위한 지불능력이 충분하지 않기에 이를 분할하여 지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구독의 개념이 되면 이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구독의 개념은 소유가 아닌 임대, 혹은 사용이라는 개념하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대상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기에 접근 자체도 달라야 한다. (뜬금없이 렌탈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일본에서는 명품백 구독 서비스가 있다. “라쿠사스라는 구독 서비스는 에르메스, 루이비똥, 프라다, 구찌, 발렌시아 등 53개 브랜드 3만개의 명품백을 기간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월 구독료는 6,800엔이다. 포르셰처럼 내가 갖고 싶은 명품백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것이다. 이 구독서비스 역시 필요에 따라 명품백을 빌려 쓰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설계된 서비스이지 명품백을 판매하려는 의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매력적인 구독 서비스로 선택받기 위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정리해보면 구독이라는 개념은 다음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어 보인다. 첫째는 서비스 구독, 둘째는 멤버쉽 구독,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품의 구독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구독이 진화하여 시장을 새로이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고 마지막 상품의 구독은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변화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은 서비스나 멤버쉽의 매력이 극도로 커진 형태이지 개념적으로 새로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반면에 상품 구독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변화이다.

 

공급자 입장에서 구독이라는 개념은 사업형태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든 IT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하드웨어를 팔고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을 서비스로 설계하여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가 그렇고 세일즈포스닷컴이 그렇다.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런 변화가 반갑다. 기업입장에서도 고객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에 한번의 입찰로 고객을 잃어버리는 실패의 가능성이 사라진다. 만족한 고객이 기업을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구독을 이해했다면 이제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집어들 순간이다.

 

플랫폼의 미래, 서브스크립션은 이탈이라는 관점에서 구독을 잘 정리한 책이다. 구매라는 원 포인트 관계에서 멀티 포인트로 고객과의 관계가 변화되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이탈을 막아내는 것이다. 이탈율을 단 1%만 줄여도 수익율은 대폭 개선된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이다.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은 새로운 구독 개념을 가장 잘 폭 넓게 설명한 책이다. 주오라라는 구독을 위한 IT 시스템을 개발한 주인공답게 구독이라는 개념으로의 변화 방향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IT 시스템에서의 변화 방향은 이 책을 통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단지 단점이라면 구독이라는 개념을 너무 넓혀 놓은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한스미디어에서 새로 나온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닛케이라는 일본 잡지사가 일본의 구독기업들의 사례를 모아 온 것이다. 일본이라는 시장은 한국의 미래를 투영하기에 경기의 지속적 하락, 소비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구독경제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양복, 핸드백, 안경, 시계 등 구독 가능한 거의 모든 상품들의 구독이 시도되고 있는 실제 사례들을 보면 얻을 것이 많다.

 

아마도 앞으로 수많은 구독 모델들이 세상에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은 언제는 트렌드에 의해 움직이니 말이다. 하지만 구독이라는 개념은 이미 존재했던 개념이고 새로운 상품 구독은 아무 곳에나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조기업들이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가 알다시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의 렌탈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rental이라는 단어가 한국에 와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 렌탈과 구독이라는 개념의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이 역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말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행동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