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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에 대한 단상

포르셰의 구독 서비스

포르셰가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품새가 구독의 정석이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상품 구독이라는 것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르셰의 패스포트 서비스는 한달에 일정액을 내면 포르셰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전형적인 상품 구독서비스이다. 상품 구독 서비스의 훌륭한 예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단비같은 사례이다.  포르셰는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이다. 제조업체가 차를 팔지 않고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 사업자로 변신한 것이다. 먼저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월 2100불을 지불하면 포르셰의 기본모델 6종류를 마음대로 탈 수 있다.  Cayman, Cayman S, Boxster, Boxster S, Macan, Macan S, Cayenne, Panamera가 그 여섯가지 차종이고 여기에 천불을 추가하면 포르세의 모든 차량을 탈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했다. 물론 포르셰는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은 아니다.  쉽게 예상되지만 3100불 모델에 포함된 차량들은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그런 모델일 것이다. 

 

 

일단 사업을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지역에서 시작했기에 대상고객은 미국인과 캐나다인이고 운전면허증만 소유하면 된다. 구독을 하면 두명까지 등록이 가능하니 부부가 같이 사용할 수있다.  여러명이 한대를 돌려 타보는 그런 상황은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매월 2100불, 3100불 이외에 595불(환불불가)을 초기에 내야 하는데 이를 가입비라 부른다. 가입비는 탈퇴후 1년내에 돌아오면 다시 낼 필요는 없지만 1년 후에 재가입을 하려면 또 내야한다. 이탈에 있어서 유일하게 고민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일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은 아량이 있어 보인다. 

 

차량은 포르셰에서 배송해준다. 물론 차를 바꿔서 타고 싶다고 해도 교환 배송해준다. 현재는 아틀란타, 라스베가스, 피닉스, 샌디에고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외의 지역에서 신청할 경우 해당지역 반경 50Km까지는 가져다 준다. 원하는 인기모델을 100% 보장하지는 않지만 예약신청하면 아마도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애완견도 캐리지 조건으로 가능하다고 적어 넣은 것을 보니 서비스가 수준있다. 운행거리에 대한 제한이 있는데 한달에 2000마일(2500Km)를 초과하면 마일당 1불을 추가로 청구한다. 2달을 기준으로 합산하여 관리하니 장거리를 가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보험도 이미 가입되어 있어 따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보험제도에 대해 생소하지만 유추를 해보면 책임보험으로 백만물이 보장되니 차량이 전파돼도 대충 보험으로 커버가 가능해 보인다. 단 본인 부담금이 2000불로 만만치는 않고 사건당 공제액도 1000불로 무시무시하다. 일단 사고는 내지 말라는 의미이고 비싼 차이니 본인이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어느정도는 져야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제 국산차들도 어지간한 사고에는 백만원이 넘어가니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포르셰의 패스포트 구독서비스를 보면 상품구독이 어때야하는지가 보인다. 먼저 상품 그 자체의 매력이 충분해야 한다. 즉 갖고 싶은데 구입하기에 금액이 너무 크다면 구독이 아주 잘 들어맞는다. 포르셰의 차당 가격은 가장 기본 모델인 Boxster가 12만불 수준이니 왠만한 사람이면 살 엄두를 내기 힘들다. 설령 경제력이 충분하다 해도 포르셰는 뭔가 그냥 사기에는 너무 스포츠카이다. 그리고 보험료도 엄청나고(한국의 지인이 갖고 있는데 일년 보험료가 700백만원이라 들었다), 혹 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수리비가 기다린다.  즉 갖고는 싶은데 여러가지 제약들이 막아선다. 그 제약을 구독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모든 것은 포르셰가 책임지고 나는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는 모델 바로 구독의 정석이다. 게다가 상품이 가진 매력이 중고차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중고 포르셰도 포르셰는 포르셰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차량을 포르셰가 책임지고 관리하기에 구독되는 차량이 언제나 최적의 상태, 신차와 거의 유사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물론 그 차량들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가장 저렴한 주체는 바로 제조사이다. 제조업체가 관리한다는 점과 상품이 빈티지라는 일반적인 상품이 가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질 수 있을때 구독모델은 가장 잘 작동한다. 

 

물론 상품자체가 엄청나게 매력이 없거나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구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경우 그냥 구매의 대상이 되거나 구독모델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구독 모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상품 자체가 구독모델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독모델을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시작은 포르셰 패스포트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상품이 포르셰가 될 수 없기에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거나 제조자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거나 상황에 맞춰서 구독 모델을 변형시키고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